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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선물 기획연재]보리똥? 보리수
  • 등록일2007-08-13
  • 작성자북부청 / 홍현정 /
  • 조회6207
  날이 너무 좋아서 햇빛에 반사되는 푸르름을 만끽하기 위해 나선 나들이 길에 눈에 익은 빨간 열매가 눈에 뛴다. 반가움에 얼른 달려가서 입에 넣어보니 깨물면 첫 맛은 시큼하지만 어느 틈엔가 달짝지근한 맛이 느껴지는 것이 보리똥이다. 물론 보리수 나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은 표현이지만 왠지 어릴 적 부르던 보리똥이 익숙하고 친근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요즘에도 장에 가면 가끔씩 할머니들이 집에서 따온 빨간 보리수 열매를 작은 사발에 담아서 파신다. 이 갸름하게 생긴 선명한 열매가 어린 시절 산에서 즐겨 따먹던 보리수 열매이다. 보리수 열매는 하나하나 먹기보다는 한번에 여러 개를 한꺼번에 먹는 편이 맛이 좋다. 열매는 약간 시큼하면서도 달콤하고 떫은맛이 있어 별미로 먹을 수 있지만 빛깔은 이보다 한수 위라고 할 수 있다.



  갸름한 모양하며 가지 끝에 제법 묵직한 열매를 탐스럽게 매달고 있는 모습은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보리똥이라고 부르기엔 보리수 열매가 너무 예쁜 듯 하다. 그렇다고 보리수 열매가 그냥 예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옛날부터 기침, 가래, 천식을 치료하고 설사를 멎게 하는 등 민간요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우리는 보통 보리수 나무라고 하면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으셨다는 득도나무를 생각하는데 그 나무는 보우나무로 우리의 보리수 나무와는 다르다. 또한 슈베르트의 가곡에 나오는 성문 앞 우물결의 보리수 이것 역시 염주를 만드는 피나무류의 일종이다. 즉 우리는 보리똥이 열리는 우리의 보리수, 인도의 보우나무, 염주를 만드는 피나무 이 각기 다른 3가지 나무를 모두 보리수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 셈이다.



  또한 보리수 나무는 한자로는 호퇴목이라고 하고 그 열매를 호퇴자라고 하는데 이름 그대로 호랑이를 물리치는 나무라는 뜻이라고 한다. 잔가지와 열매에 호랑이 무늬와 닮은 얼룩점이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여름에는 시골로 보리똥 여행을 떠나보자. 붉게 익어가는 보리수를 한바구니 따서 술도 담그고 잼도 만들면서 보리똥과 함께 옛 추억에 잠겨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 북부지방산림청 변주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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